[눈부신 안부] -슬픔의 터널을 지나 쏟아지는 환한 빛처럼 긴 시차를 두고 도착한 애틋한 화해의 인사 저자: 백수린
줄거리 및 감상 이 작품 내용의 큰 줄기는 사랑하는 친구의 엄마의 첫사랑 찾기 프로젝트이다. 친구 '한수'는 자신의 엄마인 '선자 이모'가 뇌종양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엄마의 행복을 위해 첫사랑을 찾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레나'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해미'가 함께 하게 된다. '선자 이모'의 첫사랑은 누구인지 독자도 알 수 없으며 이니셜 K.H로만 등장할 뿐이다. 세 명은 선자 이모의 첫사랑을 찾기 위해 선자 이모의 다이어리를 열심히 읽고 추리를 하지만 찾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한수가 K.H를 찾는 것에 조급함을 보이자 결국 해미는 모자를 속이게 되고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그들과 연락도 끊는다 해미는 대학생 때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 '우재'와 점점 심리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우재는 해미가 '가까워지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일정 거리 안으로는 들이지 않는다'라고 섭섭함을 표현하고는 더이상 해미에게 다가가지 않고 그녀의 답을 기다린다. 우재가 섭섭함을 표현할 때도 '밤이 왔구나' 라고 하며 이별을 떠올리던 해미는 더이상 도망치기만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고 다짐한다 '선자 이모'의 첫사랑이 누구일지, 어떤 사랑을 했고, 그들은 왜 함께 할 수 없었는지 등의 내용을 상상하며 재밌게 읽었다. 또한 해미와 우재의 사랑 이야기 역시 결말을 궁금해 하며 해미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 우재 역시 읽을까봐 거리를 둔 것은 아닐까 추측했다. 제목이 왜 '눈부신 안부'일지 궁금했다. '안부'는 사전적 의미로 어떤 사람이 편안하게 잘 지내는지에 대한 소식이라고 한다. 선자 이모는 자신의 첫사랑의 안부가 무척 궁금하고 묻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부를 전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랑하지만 안부를 궁금해할 수도 없는 관계라니... 안부를 묻고 싶으면 물을 수 있다는 행복을 '눈부신 안부'라고 표현한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면 안부를 전할 수 없는 슬픔과 어려움을 '눈부시다'라고 표현할 것일까?
인상 깊은 내용 (p 225) "그 일을 했던 오 년간 깨달은 건 사람은 누구나 갑자기 죽는다는 거였어. 멀리서 보면 갑작스러워 보이지 않는 죽음조차 가까운 이들에겐 언제나 갑작스럽지. 그리고 또하나는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라는 것" 삶은 한 번뿐이고 유한하다는 내용은 많은 책에서 언급된다. 하지만 추상적으로만 느껴졌었는데 의사로서 사망진단서를 써주며 여러 죽음을 직접 보고들은 '이모'의 말은 구체적인 진실로 와닿았다 이 내용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과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 (p12) "하지만 케르테스보다 엘리자베스가 먼저 죽었잖아. 그렇게 소중한 누군가를 가졌다가 읽는 건 너무 무서워" (p66) 열네 살에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마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은 나처럼 고통스럽지 않길 바라는 대신 다른 사람도 적어도 나만큼은 고통스러웠으면 하고 바라는 그런 인간이 나라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에, 그건 내가 처음으로 또렷하게 마주한 내 안의 악의였다 "이모,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뭐가를 하려는 바보 같은 마음은 대체 왜 생기는 걸까요?" "간절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 (p100) 숨기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게 사랑일 테니까. 봄볕이 나뭇가지에 하는 일이 그러하듯 거부하려 해도 저절로 꽃망울을 터뜨리게 하는 것이 사랑일 테니까. 무엇이든 움켜쥐고 흔드는 바람처럼 우리의 존재를 송두리째 떨게 하는 것이 사랑일테니까 (p102) 하늘이 서서히 핑크빛으로 물들고, 아직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연애의 설렘이 점점 더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저녁이면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 그전의 삶이 얼마나 고독했는지 깨닫게 만드는 그런 황홀한 사랑. (p109) 마침내 우리 가족도 행복에 거의 가까워져 있는 것 같았다. 그건 언니가 떠오르면 죄책감이 느껴질 만큼의 행복이었다. "언니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 (p149) 어떤 기억들은 연속성을 띠며 우재와 나 사이에 동일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지만, 또 어떤 것들은 놀라울 정도로 전혀 다른 형태와 질감을 띠기도 했다. (p166) 일을 그만둘 만큼 나를 괴롭게 하던 무기력과 열패감이 조금이나마 내게서 멀어진 것을 깨닫게 됐다.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영원히 간직할 것처럼 착각하지만 대개 그것들은 서글플 만큼 빨리 옅어진다 (p 259)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만나고, 그들의 사연을 듣는 일. 기자로서 취재할 때도 그랬지만 타인의 인생에 흙 묻은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불청객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마음은 매번 갈피를 차릴 새 없이 흐트러지곤 했다 (p 279) 하지만 뒤돌아보면 인생의 곳곳에는 들판에 숨어있는 제비꽃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