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양귀자 장편 소설)
    book 2024. 7. 16. 16:04
    728x90
    728x90




    표지


    목차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1990년대에 발표된 작품으로, 한 여성의 내면적 갈등과 욕망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양귀자 특유의 리얼리즘과 심리적 깊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 주요내용

    이 소설의 전체 내용을 압축하면 주인공 '강민주'가 당대에 잘 나가는 남자 배우 '백승하'를 납치한다는 내용이다. 강민주는 어릴 때 아버지에 의해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며, 이 세상의 절반인 남성이란 존재를 부정하고 여성이 이 세상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도 남자를 억압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남자 대표(!?)로 배우 백승하를 납치한다. 강민주는 동성의 여성들을 현혹시킨다는 이유로 백승하를 증오하고 자신이 백승하를 납치하면 그의 추악한 진실도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모순은 남자를 증오하는 마음에 남자인 '백승하'를 납치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자인 '남기'의 도움을 받아 남자 '백승하'를 납치한다는 것이다. 강민주가 어릴 때부터 그녀와 함께 했던 남기는 자신의 주위 여자들과는 다른 강민주를 마음 속 깊이 좋아하고 그녀를 따르는데 백승하를 납치해오는 대범성을 보이는 인물이다. 납치된 백승하는 처음에는 극렬히 반항하다가 강민주와 남기에게 맞기도 하지만 어느새 납치 생활에 적응하고 즐기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 강민주와 백승하는 티 타임을 갖기도 하며 점차 가까워지며 강민주는 백승하의 연극 연습도 도와준다.
    어느날 함께 영화 시상식을 티비로 보다가 백승하는 자신의 아들이 대리수상하는 것을 보고 힘들어하는데 강민주는 이를 눈치 채고 그의 아들까지 납치해온다. 강민주와 백승하가 함께 연습한 연극 무대에서 비극적 결말을 엔딩으로 하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 감상

    이 소설을 읽으며 강민주라는 여성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처음에는 증오했던 백승하를 점점 가까이하고 그의 비누 향기를 맡고 싶어하고 그의 눈물에 안절부절 못하는  강민주의 행동은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여인이었다. 남자를 불신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비아냥대며 멀리했던 강민주였지만 사랑할 수 없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그녀에게 동정심마저 들었다.
    제목에서처럼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 강민주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백승하와 세상을 두고 가지고 놀려고 했으나 어느 순간 백승하와 세상의 눈치를 보며 고민한다.
    다 읽고 나서 아내와 아이가 있는 유부남을 납치하고 그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강민주와 그런 그녀를 마음에 품은 남기는 분명 이루어질 수도 없고 그들에겐 금기의 대상이므로 이 소설의 제목은 그들의 삶을 포괄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 소설에서 가장 궁금했던 인물은 납치된 배우 백승하이다. 그는 자신을 납치한 강민주와 함게 연극을 연습하기도 하고 그녀의 마음을 살인 미소로 흔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의 마음이 가장 투명하게 드러난 부분은 자신의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보여주는 장면이며 그외에는 그가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납치 생활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도 강민주에게 흔들린 것인지는 명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아닌 인간 보편의 삶일 것이라 본다. 명문장 잔치였던 소설 '모순'에 비하면 마음에 드는 문구들이 적었지만  이 소설은 인간 심리와 성정에 기반한 내용에 나도 모르게 빠져서 재밌게 읽었다.



    • 인상 깊은 문장

    p.28 내 일기는 하루의 궤적을 남기는 데 필요할 뿐이다. 처음엔 내 시간들이 어디로 공중분해 되었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무미건조한 나열이지만 나중에 기억이 사라졌을 때 읽어보면 그 시간이 손에 잡힐 듯이 떠오른다. 그래, 그 찻집에서 흰 블라우스에 커피를 엎질렀었지. 전혀 하지 않던 실수를 해서 버린 옷보다 그 실수 자체에 얼마나 절망했던가.
    p.47 여자들을 교란한 죄, 여자들로 하여금 남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한 죄, 자신이 택한 남자가 나빴던 것은 자신의 숙명이라고 여기며 여자들을 운명주의에 빠뜨린 죄, 그것만으로도 나는 백승하를 용서할 수가 없다.
    p.68 그러나, 아니다. 나는 자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이처럼 아주 많은 경우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그것을 진실이라고 여기며 산다. 북극의 유빙이 그렇듯 숨겨진 힘은 드러난 것보다 강하다.
    p.69 나는 알고 있다. 말이 많고 망설임이 많은 고객일수록 점원에게 얕보인다는 것을. 당연한 일이다. 많이 드러낼수록 바닥이 보이는 법이니까.
    p.155 세상은 나의 운동장이다. 절대 그늘에 앉아 시간이나 갉아먹으며 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
    p.164 그러나 이 그리움이 결코 후회는 아닌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지나간 것에 대한 습관적인 그리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향수일 뿐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가 살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듯이.
    p.256 그렇지만 그의 아내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아들과 함께 일상을 꾸려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정말 유감이다. 여자의 삶이 남자와 상관없이 독립적일 수는 없는가. 남자가 사라졌다 한들 자식까지 돌보지 못할 정도로 무너지는 일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나는 연약한 이 땅의 여자들에게 절망한다. 내가 벌이고 있는 남자들과의 전쟁에서 진정한 동성의 협력자를 얻는 일은 정녕 불가능한가. 어차피 신의 대리인 자격으로 홀로 치르는 전쟁, 끝까지 혼자 가겠다는 내 결심은 더욱 굳어진다.
    p.260 당신에게 뉴스를 차단한 것은 당신의 평화를 위해서였어요. 이곳에 있는 시간만이라도 당신에게 절대적 평화를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이 시간이, 세상에서 격리된 이 순간들이 너무 아깝지 않아요?
    p.340 무대에서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를 떠나 전혀 다른 타인으로 변신하는 일이 이처럼 신선할 줄이야. 이건 연습 때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연습은 언제라도 중단할 수 있지만, 공연은 마지막 대사를 발음할 때까지 중단할 수 없다. 마치 삶처럼.


    728x90
    728x90
Designed by Tistory.